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  1. 2008.12.13 무제

무제

나의상자/끄적끄적 2008. 12. 13. 02:02

그의 유려한 콧날과 턱선, 목선을 보면 도련님 같다고 생각하기 쉽지만, 그는 그런 말랑한 존재가 아니다.

"등...왜 그래?"

나의 질문에 그는 별거 아니라는 듯이 대답하였다.

"아, 이거? 왜 이것 때문에 집중하기 힘들었어? 미안."
"그, 그런 의미로 물은 거 아니야!"

그는 소탈하게 웃었다. 농지거리를 던지듯이 하는 말에 약간 화가 났지만, 더 이상 캐물을 수는 없다. 이것이, 그의, 거절의, 냉정하지만 배려심 많은, 하지만 나를 무척 슬프게 하는, 방식이니까.
내가 약간 어두운 표정을 짓자 그는 미안하다는 표정으로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. 그 미소가, 우는 것보다 훨씬 더 슬퍼 보여서, 나도 모르게 마음이 아파왔다.

"머리 쓰다듬지 마. 내가 애도 아니고."
"그래, 그래. 애들은 이런짓 못하지."
"당신이 멋대로, 강제로 한거잖아!"
"나중에는 너도 무척 좋아했잖아? 가능하다면 그 때 너의 표정을 보여주고 싶구나. 온 세계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다. 모두들 쓰러져 버리겠지."
"무슨...!"
"아니다, 방금 전 말은 취소. 그러기에는 너무 아까워. 나 혼자 독점할거야."
"헛소리 하지마. 농담이라도 재미 없어."
"농담이라고 생각하는거야?"

그래 이런 점이다. 난 그의 이런 점이 너무 싫-좋다, 하지만 얄밉잖아, 이런 그를 좋아하는 내가 더 싫을 뿐-다. 장난 치듯이 말하다가 한 순간 저렇게 진지하게 나를 바라보면 턱, 하고 숨이 막혀 온다. 알고서 이러는 걸까. 정말 싫다.

"어차피 누구한테 공유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잖아?"
"어째서?"
"다 머릿속에서나 존재하는건데. 그런 이미지를 꺼내서 보여줄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? 무리야."
"무리가 아니야."

저렇게 금방 다시 어린아이처럼 씨익 웃는다. 내가 가장 좋아하는 그의 모습 중 하나이지만, 이럴 때는 정말 얄밉다 못해 무섭다.

"설마."
"설마가 아니야."

개구쟁이 소년 같이 미소 짓는 그의 손에는 팔락거리는 사진 한 장. 저런걸 언제 찍은 걸까. 나는 얼굴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. 분명 귀까지 새빨개졌을 것이다. 나는 어쩌면 이렇게 잘 들어나는 체질인걸까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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